<왜 차를 마시는가?>
2. 피를 고치고 마음을 밝히는 차
박 현 _ 한국학연구소 소장
茶, 그 복원력의 바탕
이야기를 불쑥 꺼내기에 아직 좀 어설프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아직은 이렇다하게 입증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으니, 뭐라 꾸짖어도 응답할 말은 마땅치 않다. “어설프게 얘기를 꺼내 죄송할 따름입니다”라고 말씀드릴 뿐이다. 아무튼 이야기를 꺼내려한다. 그것은 차의 효능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차가 사람의 피 상태를 바꾼다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차를 마시는 뿌리는 몸뚱이가 지어낸 어둠에 묻힌 고달픈 마음을 밝혀 부질없는 갇힘과 고통으로부터 자유를 얻자는 데 있지 않겠는가? 또 이를 통해 마침내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참 생명을 보자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니 차를 마시는 일도 결국은 마음을 밝히는 방편일 따름일 것이다. 차를 마시고 몸의 건장을 되찾거나 살림살이의 평화를 맛보거나 하는 일은 차 마시는 일의 잎사귀일 터이다.
허나 맛보기도 중요할 것이다. 이런저런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 사람을 알아보는 전부일 순 없어도, 그럭저럭 사람됨을 알아보는 척도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차의 맛보기는 어떤 것일까? 차는 어떻게 사람의 몸을 나름대로 복원시키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응답이 나올 수 있을 터, 생활의 여유가 그렇게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찻잎의 성분이 그렇다는 이야기를 거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아니다. “왜 그런가?”라는 이야기보다 “어떻게 그런가?”이기 때문입니다.
차는 사람의 피를 고친다
사람의 피 상태는 그의 몸 상태를 드러내는 잣대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피가 건강하면 그 몸도 건강할 것이고, 설령 외부적 요인 등으로 잠시 건강을 잃을지라도 피가 건강하면 곧 건강을 회복할 것이다. 거꾸로 피가 건강하지 못하다면 그 몸도 건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피의 어떤 상태는 간장이나 허파를 다치게 할 것이고, 다른 어떤 상태는 신장이나 위장 등을 힘들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처럼 몸의 기관들이 나빠지면 피의 상태도 이에 맞물려 더 나빠질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나쁜 피를 빼서 피의 상태를 양호하게 만들면 차츰 건강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어떤 이는 이로운 음식을 잘 섭취하면 피의 상태가 차츰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이미 과학적 연구에 의해 너무나 당연한 가설로 자리를 잡고 있다. 차를 마실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차는 사람 몸의 피 상태를 바꾼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바꾸며, 좋은 차일수록 더욱 그렇다. 아니 역설적으로 사람 몸의 피 상태를 빠르게 개선시키는 차일수록 좋은 차라고 할 수도 있다.
아무리 입에서 간사를 떨고 코끝에서 재주를 피우며 그 빛깔로 눈을 흐릴지라도 사람 몸에 들어가서 그 피 상태를 개선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을 일러 좋은 차라고 할 수는 없다. 아니 역설적으로 피 상태를 개선시키는 것을 잣대로 삼아 그 맛과 향과 색을 이야기하는 것이 차의 ‘색향미(色香味)’에 대한 살핌일 것이다.
흔히 음식의 맛을 이야기하면서, ‘짜다’ ‘맵다’ ‘시다’ ‘달다’ ‘쓰다’ 등의 용어를 쓰기도한다. 또 이를 일러 ‘다섯 갈래의 맛’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차의 맛도 이 갈래에 따라 나누기도한다. 허나 오행으로 설명되는 다섯 갈래의 맛에도 맑은 맛과 흐린 맛이 있으니, 그 가운데 차는 맑은 맛이어야 한다. 맑은 맛이란 피의 상태를 맑게 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 맑게 한다는 것은 깨끗하게 한다는 것을 가리키며, 피의 상태를 깨끗하게 개선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고전적 해석과 현대적 해석에 대한 재해석
차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먼저 위장의 운동을 돕는다. 즉 위장에 든 냉한 기체를 몰아내어 위가 차가워지는 것을 막고, 장에서 일어날 발효가 위에서 일어나는 것을 또한 막는다. 즉 차를 마셔서 위가 깨끗해지면, 그 결과 소화를 위해 피 흐름이 지나치게 강화되거나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해 음식을 섭취하고 얼마 뒤 피 흐름이 둔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차가 소화를 도와준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바로 차가 피 흐름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작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첫 작용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차는 사람 몸의 수분상태를 개선한다. 특히 신장에서 이루어지는 수분의 정화작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차를 마시면 쉽게 소변이 마렵고 마치 신장에 이상이라도 있는 것처럼 소변에 거품이 일기도하며, 어떤 경우에는 맹물을 배출하는 것처럼 소변을 보기도하는데, 이것은 차가 신장에 미치는 작용으로 전자는 신장 및 방광의 청소작용과 맞물려 있으며, 후자는 청소작용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차의 작용을 말하는 고전적 해석 가운데, 차가 신장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며, 근본적으로는 차가 피의 상태를 바꾸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신장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피의 상태를 개선하고 심장의 상태를 개선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차를 마심으로써 신장과 방광의 상태가 개선되면 방광과 이어져 있는 눈이 맑아지는 것도 당연한 것이며, 심장의 부담이 줄어 몸의 열을 가라앉히거나 더위를 식혀주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또 위와 장의 작용을 개선함으로써 변비를 없애며 위와 맞물려 있는 머리를 맑게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몸의 지방성분을 줄여 과식의 욕구를 줄이고 체액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도 물론 이런 작용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또 심장을 개선하여 피 흐름을 건강하게 한다면, 피부를 곱게 하고 가래를 끓지 않게 하며 풍을 예방하거나 고치고 잡다한 독소를 풀어내며 기력을 회복시켜 목숨을 늘리는 것도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현대 의학의 해석에 따르면 차에는 다량의 폴리페놀이 함유되어있는데, 그것은 지방을 제거할 뿐 아니라 심장과 간의 콜레스테롤을 억제하고 동맥의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서 붙는 것을 예방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피 속의 지방질이 많아지지 않게 하며, 동맥의 경화를 예방한다고 한다. 또 혈액의 응고를 억제하고 혈소판이 한 곳으로 모이는 것과 동맥 평활근 세포의 증식을 억제시켜 심장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차의 폴리페놀 성분 가운데 카테킨 효소는 관심병을 예방하거나 줄여주는데, 이를 통해 관상동맥에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해주며 혈전의 형성을 억제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심장의 수축압과 이완압을 조정하여 고혈압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바, 이는 차에 함유된 물질이 혈관을 수축시키는 효소들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균형을 잡아주는 힘
허나 차의 역할 가운데 의미 있는 것은 차의 작용이 다양할 뿐 아니라, 그 작용의 기준이 무차별적이지 않고 사람 몸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주로 소화를 도와주는 작용이 일어나며 피부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주로 피부 상태를 개선하는 작용이 일어나고, 신장과 방광의 상태가 나쁜 이에게는 그것을 개선시키는 작용이 우선적으로 이러난다는 것이다.
요컨대 차는 무엇보다 먼저 사람 몸의 피 상태를 건강하게 만드는데, 이 힘을 통해 그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 영역을 우선적으로 바로잡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차의 효능 가운데 그 기운이 좋은가 그렇지 못한가를 살피는 기준인데, 여기서 차가 피 상태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바로 사람의 기운을 맑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의 쓰임새를 이리저리 나눠서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를 일이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살펴볼 때 차는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피의 상태를 가능한 한 원래의 상태로 돌리는 차의 작용이 존재한다. 허나 차가 어떻게 피의 상태를 바꾸며, 이를 통해 어떻게 사람의 몸이 스스로를 복원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다. 또 피의 상태와 사람 몸의 기운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거의 연구되지 못했다.
아무튼 차는 아직도 인류에게 남겨진 신비한 자연적, 역사적 유산의 하나이며, 그 가치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평가하는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기준에 따라 좋은 차를 살피는 연구는 그런 가치에 부응하는 순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발췌 _ 茶人 2006년 9,10월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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