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한원장의 달지않은 명품효소

경향신문기사

Teaman 2015. 7. 28. 19:31

"이 집 주인이신가요?"

"아뇨. 집 지키는 사람인데요." 그는 안동권씨 재실 '기궁재'를 지키면서 산야초 효소를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름은 김시한. 올해 마흔한살이고 아내와 아이 둘, 60~70여개의 효소 항아리와 함께 산단다.

김시한씨를 따라 들어간 고택 안에는 활수담이라 불리는 작은 연못이 '유회당' 본채와 연결돼 있었다. 앞면 4칸, 뒷면 2칸으로 지어진 '유회당'은 조선 영조 때 호조판서를 지낸 유회당 권이진 선생이 '부모를 간절히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유회당 옆, 넓은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2칸 온돌방이 있는 재실이 바로 김씨가 기거하는 곳이다.

그는 "재실을 지켜주는 대가로 이 넓은 고택을 차지해 살고 있다"고 했다. "산야초를 캐러 다니고 효소를 만들며 살다 보니 흙도 밟고, 볕도 잘 들고, 바람도 공기도 잘 통하는 집에서 살고 싶었는데 이 집이 자기 차지가 되었다"며 좋아했다.

'재실'이라니, 재실에도 사람이 기거하나? 재실은 문중 제사를 지내는 곳인데 사람이 상주할 수 있나? 일반적인 삶의 양식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씨는 천연덕스럽게 재실을 소개했다. 그가 '지키고' 있는 이곳 재실은 안동권씨 찬성공파 종중의 재실 '기궁재'라고 했다. "'기궁재' 말고도 전국에는 수만개의 재실이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 관리하는 사람없이 빈집으로 있는 곳이 많지요. 제 입장에서도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나 좋지만 종중 입장에서도 재실을 비워두는 것보다는 사람 훈기가 느껴지도록 누군가가 살아주는 게 고마운 일이 아닐까요."

산야초를 달였는지 재실 아궁이에 걸린 가마솥에서 향긋한 냄새가 피어 올랐다. 불쏘시개로 그만이라면서 나무 껍질을 말리는 냄새도 좋았다. 재실 뒤 장독대에는 질경이, 산죽, 자귀, 용담, 명아주, 금란초, 환삼, 꼭두서니, 삼백초, 구절초, 쇠뜨기, 돌배, 매실, 애기똥풀, 인동, 쑥무쟁이 등등 갖가지 산야초들이 숙성의 깊은 잠을 자고 있었고 갓 캐온 쑥, 달래, 냉이들이 흙옷을 입은 채 놓여있었다. 대청 마루에는 발효된 효소들이 유리병에 담겨 가지런히 줄지어 있었고, 나무 뿌리를 다듬고 문질러 만든 다탁에는 맑은 찻잔이 놓여있었다.

"재실에서 살기 시작한 것이 1년 정도 됩니다. 집사람도 좋아하고, 올 봄부터는 재실에 딸린 논과 밭도 부치게 돼 한결 사는 형편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김씨는 야생의 풀 말고도 비닐하우스에서 순수 경작도 해 볼 생각이다. 밭에는 부추, 상추 등 야채를 심고, 논에는 미나리를 키우려 한다. 더군다나 거처가 안정돼 그동안 미루어오던 '효소연구회'도 구성해 본격적으로 해 볼 생각이다. 산야초와 효소에 미쳐 15년여를 전국의 산하를 돌아다녔다는 김씨는 "인간 수명은 길어야 100년도 안되지만 수백년, 수천년을 사는 나무들에서 강인한 생명에너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한 자연의 힘이 바로 산야초 효소에 들어있다는 김씨는 "사람들이 정말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연구하고 정성껏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약초인들에게는 이맘때가 대목이다. 전국 산하가 모두 일터라는 김씨는 "내일은 김천 약산의 진달래를 따러 갈 것"이라며 홍조를 띠었다.

10년, 아니 평생 적금을 부어도 내 집 한칸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도시인들의 삶이다. 수중에 돈 한푼 없이도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부드러운 흙냄새를 맡고 사는 김씨의 살아가는 길이 외딴길 같지만 돌아오는 내내 부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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