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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차의 美 발견│천년의 차향 퍼지듯 차의 미로 되살아난 찻자리

Teaman 2007. 10. 13. 20:57
           천년의 차향 퍼지듯 茶의 美로 되살아 난 찻자리

 

최석환(본지 발행인)

선방같은 송광사 차실
창녕에 있는 이름없는 차실. 텅빈 공간의 美가 돋보인다







 

 

 



 

지난 달, 숙우회가 6가지 차(茶)를  즐길 수 있는 차회(茶會)를  열었다. 6인 1조로 각 방을 여섯 번을 돌면서 하는 음차회로, 잎차, 말차를 비롯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문화를 접할 수 있는 차회다. 매년 봄, 가을 두 번씩 열리는 이 차회는 일본에서는 차지라는 이름으로 열리는데 한국에서는 제한적으로 열렸다. 그만큼 준비가 복잡하고 제한된다가 미학(美學)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개척되지 않은 현실에서 숙우회의 차회는  독특해 보였다. 최근 차문화계 주변에서 텅빈 선방같은 차실 분위기가 곳곳에서 생겨난다.  우리나라 최고 차실로 알려진 비봉루가 다례원으로 개원했으며, 크고 작은 차실이 개원하고 있다. 숙우회 음차회를  비롯 일본 오모테센케 차회의 텅빈 차실 공간을 살펴본다.

 

지난 5월 29일 차의 美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찻자리가  펼쳐졌다. 그곳은 바로 경북 영천에

차관에 물이 끓고 있다

자리잡은 고풍스런 가옥 도곡요였다.
아름다운 찻자리를 마련한 곳은 미학을 추구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숙우회 차회. 오전 11시와 오후 2시 두 번에 걸쳐 6인 1조로 여섯 찻자리를 둘러보는 차회가 조용히 열렸다.
거의 100여 명의 다우들이 찻자리에 참가했다. 여섯 곳의  차실을 6인 1조로 돌면서 음차를하는 의식인데, 각 방마다 풍기는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잎차를 비롯 말차, 차음식과 술까지  곁들여진 숙우회 음차회는 준비부터 놀랍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가, 이날 행사를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차회에 쓸 음식을 마련한다.


차회는 봄과 가을, 두 번에 걸쳐서 여는데, 차회에 참가한 다우에게 그 의미를 묻자  “차인으로서 잃어버린 나를 찾는 첫걸음”이라면서 의미를 간결하게 설명했다. 이같은 차회는 우리가 보아왔던 들차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날 찻자리를 보면서 일본의 차회가 떠올랐다.
일본에서는 ‘차지’라는 이름으로 각 다회마다 차회가 열리는데, 필자는 지난 2월 말 대덕사 서봉암 차실에서 오모테센케 차회를 참관할 수 있었다.  차회에 참관하기 위해서는 미리 참관하겠다고 알리면, 시간별로 12인 1조로 구성하여  참관할 수 있다. 차회를 참관할  때는 별도의 참관비 약 3만엔을 낸다고 했다.
차회의 법주를 따라 차실로 들어서자 한 두사람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꽃과 차실의 분위기를 감상한 뒤 각 자리로 앉으면, 팽주가 말차 한잔씩을 각 자리마다 낸다. 그리고 다식이 나오고 손님이 말차를 비우자 다완 감상법으로 이어진다. 이어서 자신의 소견을 밝힌 뒤 차회는 조용히 끝난다.

우리나라 최고의 차실로 손꼽히는 진주 비봉루

비봉루 개원식에서 열린 말차 시
















이같은 차회의 역사적 배경은 16세기 센리큐(千利休)가 창안했다. 다실의 넓이는 4조반, 3조, 2조, 1조반의 작은 공간으로 와비차, 즉 소박한 서민적 차풍을 느낄 수 있어야 된다. 다실은 옛 선림(禪林)을 연상하게 하는데 달마상 옆에 향화만이 놓여, 비어 있으면서도 차 있는 듯했다. 그와 같은 전통은 4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조금도 변함이 없음을 느끼게 했다.
일본에 비해 정형화된 우리 차실  분위기를 살펴보자. 20년 안팎의 차문화  역사 속에 일본 다도가 무분별하게 유입되면서 일본화된 차실이 서울을 비롯 부산과 전국 각지에  들어서고 있다. 기모노만 안 입었지 마치 일본 차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던 필자로서는 지난 2월말 오모테센케의 히사다 종장으로부터 “왜 당신네 나라는 말차 문
화가 없는가” 라는 질문을 받고 순간 당황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기사가 나간 뒤 늦게 나마 한국에서도 차인들 사이에 말차 문화를 부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현실을 보고 참으로 반가웠다.

 

숙우회의 6가지 음차회에서 선보인 각종 선식들


우리 차실의 분위기는 거의 정자 개념이었다. 그러기에 일본 다도처럼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공간도 없거니와 조선왕조 때 차  대신 술을 선호한 까닭에 차문화의  격을 높이지 못했다.
그래서 다산은 술을 마시는 민족은 망하고 차를 마시는 민족은 흥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최근 우리 주변에 찻자리가 풍요로워지면서 선방같은  분위기의 차실이 곳곳에서 생겨난다. 본지가 찻자리의 미학을 소개하면서 차실 분위기가 텅빈 공간으로 바뀌어간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천 년간 이어져 온 우리 찻자리를 새로이 찾는 느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9일 숙우회가  연 차회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화두가  매우 크다. 차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그 자리는 우리식 전통 찻자리로, 참가한 다우들의 표정도 매우  밝았다.

숙우회 차회의 한 장면. 미학(美學)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곳과 같이 텅빈 공간의 미를 추구하는 찻자리가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제 ‘일본 다도’라는 멍에를 벗어 던지고 천년의 차향이 퍼지듯 한국차의 자존심을 비어있는 차실 공간에서 찾아보자. 우리 민족은 일본 차인이 그토록 열광하는  이도자완을 만든 이들이 아닌가.

한국적인 차의 미를 찾는 텅빈 공간의 차실은 마치 선승이 참선의 맛에 빠져들듯한 분위기다. 그 속에서 차 한잔에 우주를 토해내는 듯한 느낌을 온몸으로 받는 듯했다. 한국차를  중흥시킨 초의선사는 ‘중정청경(中正淸境)’의 정신을 들어, 한국차의 청정함을 제시했다. 리큐도 다도의 진미는 초암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다다미 2조의 다실에서 그것을 찾고자
했다.

조선이후 사라진 말차 차회의 모습


우리 차문화가 서서히 미학(美學)에 눈뜨고 있다. 숙우회 6가지 음차회를 보면서 이제 우리도 차의 미학이라는 한 장르가 개척되는 듯한 진한 감동을 느끼면서 도곡요를 나섰다.

출처 : 허공처럼살자
글쓴이 : 虛 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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