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효소

[스크랩] 서울의 디미방

Teaman 2008. 10. 18. 07:13


한 그릇 밥으로 몸과 마음이 다 맑아지는 듯한 상큼한 경험을 할 수 있 는 밥집이 있다.

인사동 꼬불꼬불한 골목 끝에 숨은 듯 조용하게 앉아 있는 소박한 음식 점 '디미방'.


토종 약초로 맛을 내는 약초음식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혀끝에 와 닿는 맛은 몸에 좋다는 씁쓰름함이 아니라 달콤함과 고소함 그리고 담 백함으로 오래 기억되는 맛이다.


일부러 찾아간 식도락가에게는 소문난 맛집이 소문값 못하는 것만큼 속 상한 일이 또 없다. 그래서 소리소문 요란한 집은 오히려 거리를 두었 다가 거품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난 뒤에야 조심조심 찾아가 보는 것이 나름대로의 요령이라고 믿고 있다.

디미방 역시 수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약초음식점'이니 뭐니 해서 하도 요란한 통에 오히려 문지방 넘을 생각조차 안해 봤던 집이었다.

그러던 것이 우연히 발을 들여놓았다가 그날로 숨은 단골이 되었고 이 제는 그 집이 그냥 거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고마운 생각이 드는 반가운 밥집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밥집 주인으로 더 알려진 최진규 씨는 약초 찾아 전국 명산대천 을 찾아다니는 소문난 토종약초꾼이다. 최씨는 평생을 깊은 산중에서 약초를 캐며 살아온 사람이다. 디미방에 찾아가도, 며칠에 한 번씩 들러 약초보따리를 풀어놓고는 휑하니 사라져버린다는 주인양반 얼굴을 보기는 어렵다. 밥상 위에서 만나게 되는 약초가 인사를 대신한다.

그가 산을 타다가 배가 고프면 채취한 약초로 계곡에서 밥을 지어 먹었는데, 이렇게 산에서 약초로 만들던 음식을 다듬어 내놓은 것이 디미방에서 대할 수 있는 약선 요리들이다.

디미방이란 조선시대에 임금이 수라상을 받던 방이란 뜻이다. 지미방(知味房)이라고도 하고 디미방이라고도 불렀는데, 한글 이름을 빌려 ‘디미방’이란 상호를 내걸었다.

건강을 돌볼 겸 출출한 배를 달랠 겸 해서 이곳에 들러 음식을 주문하면  각종 약초를 버무려 한 상 가득 약초 찬을 내온다.

함초정식, 장뇌삼정식, 야생잔대무침, 호깨해장국밥, 하수오죽, 복령수제비 등 처음 듣는 음식이름들이 차림표에 가득 적혀 있다. 그저 맛나게 먹기만 하면 저절로 보약이 될 수 있는 먹을거리들이다.

“모든 질병은 음식을 고쳐야 낫는다고 생각해요. 화학조미료와 몸에 해로운 재료를 추방하고 천연 재료와 약초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밥상을 차리는 일이 중요해요.

“모든 약초는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 수 있어요. 먹어서 영양이 되는 것 외에 약도 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음식도 없을 겁니다.”

최진규 씨의 음식 철학이다.


디미방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소금 대신 '함초'라는 풀로 음식의 간을 맞춘다는 것이다.

최진규 씨가 최상의 건강식품으로 치는 함초는 개펄이나 염전 주변에서 자라는 풀이다. 흙 속에 스며든 바닷물을 힘껏 빨아들인 다음 광합성 작용으로 물기만을 증발시키고 미네랄 성분만을 고스란히 남기는 생리 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바다의 영양분이 그대로 농축된 건강식품이라고 한다.

알려진 효능은 숙변 제거, 변비 치료,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치료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각종 영양소와 미네랄뿐만 아니라 소금기도 그 대로 머금고 있어 소금 만큼이나 짠데 생태계 안에서 자연적으로 정제 된 식물성 소금이라 그런지 짠맛 가운데 단맛이 느껴진다.

8월이나 9월 무렵 단풍이 들기 전에 채취해 말려서 먹거나 날 것으로 생즙을 내어 먹는데 디미방에서는 이 생즙을 달여서 만든 함초간장으로 음식 간을 맞춘다.

엽차도 조릿대 끓인 물을 내놓는다. 이렇게 약초와 관련되지 않은 것은 한 가지도 없다.

약초음식점이라고는 하지만 약초만으로 식단을 짜는 것은 아니다. 보 통 상차림의 음식을 내놓는데 약초로 간을 맞추고 건강과 균형을 염두 에 두고 짠 식단이라 그런지 먹을 때는 맛있고, 먹고 난 후에는 개운함 이 특별하다.


디미방에서는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천연조미료로 음식의 맛을 낸다. 간을 맞출 때도 일반 간장이나 소금을 사용하는 대신 함초에서 짜낸 액체를 쓴다.  함초, 표고버섯, 초피, 산초, 고추냉 이 등 천연 재료만을 사용해 맛을 낸다고 하는데 상에 올라오는 음식은 모두 설명 없이도 혀가 먼저 그 맑음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청아함 이 돋보이는 맛이다. 


'맛' 얘기를 하면서 밥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정갈하게 차려주는 찬 도 찬이지만 이 집 음식의 최고봉은 그때 그때 새로 지어 윤기가 자르 르 흐르는 약밥이다.


대추, 은행, 검은콩, 잣, 함초를 올려 겨우살이 우린 물을 붓고 짓는 약밥은 꼬들꼬들한 밥알 사이로 씹히는 짭짜름하고 달콤한 함초 맛이 씹는 중에도 입 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괜히 기분이 우울하다거나 소화가 안 될 때 약방 대신 찾아가도 괜찮을 만한 약초음식점 디미방의 맛을 고루 즐기려면 하수오죽, 함초샐러드, 마들깨탕, 함초무쌈, 약된장국과 겨우살이 약밥, 잔대무침 등을 다양하 게 맛볼 수 있는 정식 메뉴가 좋다. 단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정식 주문이 안 된다.


몸에 좋다는 약주도 있다. 약초음식을 안주 삼아 직접 담근 약초동동주 나 더덕동동주를 한 잔 하는 낭만을 기대해 봐도 좋을 곳이다.


▶전화번호:(02)720-2471

▶영업시간:10:00~22:00 매주 일요일 휴무 주차 안됨

▶위치:인사동 경인미술관 후문 골목길에서 종로경찰서 방향으로 직진 20m


▶메뉴:디미방 정식(1인분) 1만원, 약초정식 2만원, 함초정식 3만원, 호깨죽 하수오죽 함초죽 각 6,000원, 정죽 2만원, 함초수제비 5,000원, 약된장찌개 5,000원, 겨우살이 약밥 7,000원, 함초비빔밥 6,000원, 야 생더덕구이 2만5,000원, 잔대무침 2만원, 녹두빈대떡 8,000원, 약초동 동주 1만원, 더덕동동주 1만5,000원, 잔대동동주 1만5,000원, 천마주 3 만원.

 

 디미방의 대표적 약선요리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보양을 위해 삼계탕을 먹고, 산모가 산후 조리를 위해 잉어나 가물치를 고아 먹는 등 나름대로 독특한 약선 요리 문화를 이어 왔다. 심지어는 산초밥이나 포공영밥 등을 지어 먹음으로써 질병을 물리치기도 했다.

서울의 약선 요리 전문점 디미방은 그런 전통을 이어받아 다양한 약초 요리를 제공한다.

약선(藥膳) 요리란 약효 높은 식품을 잘 조합해 만든 전통 건강식을 말한다. 그것을 먹으면 별도로 약을 먹지 않더라도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 영양학적 가치 외에 식품에 숨어 있는 약용 가치도 함께 중요시하는 점이 일반 요리와 다르다. 때에 따라서는 이를 한방 요리나 약초 요리라 부르기도 한다.

약선 요리의 기원은 중국의 『황제내경소문』(皇帝內徑素問)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추전국시대에 출간된 이 책에는 약선 음식으로 치료하는 약방문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이외에도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의 음식 요법에 관한 다양한 기록이나 당나라 때 나온 『보양방』(補養方)의 기록 등으로 미뤄 볼 때 중국인들의 약선 요리 역사는 꽤 깊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요즘 약죽이나 약선 요리 전문점들이 성업중이라고 한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보양을 위해 삼계탕을 먹고, 산모가 산후 조리를 위해 잉어나 가물치를 고아 먹는 등 나름대로 독특한 약선 요리 문화를 이어 왔다. 심지어는 산초밥이나 포공영밥 등을 지어 먹음으로써 질병을 물리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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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약초를 이용해 차린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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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삼 등 각종 한약재를 넣은 닭백숙

산초밥은 익지 않은 산초 열매를 넣어 지은 밥이다. 이를 먹으면 결막염이나 다래끼의 염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포공영밥은 민들레와 표고버섯, 은행 등을 재료로 해 짓는데, 민들레의 쓴맛이 위액 분비를 활성화시켜 위장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 그런가 하면 통풍의 부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치자팥죽을 쑤어 먹기도 했고, 저혈압인 사람이 몸을 따뜻이 하고 피가 잘 생성되게 하기 위해 들깨인삼죽을 끓여 먹기도 했다.

이밖에 산약군만두, 산사죽, 미꾸라지보양죽, 뽕잎칼국수 등을 만들어 먹는 등 약선 요리를 생활에 이용한 예가 적지 않다.

주식뿐 아니라 약차와 약술도 다양하게 만들어 마셨는데 이러한 약선 음식을 소개한 기록이나 책자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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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초모듬전은 함초와 표고, 단호박 등을 들기름에 튀겨 만든다.

 


이 집의 복령수제비는 우리 밀가루에 국산 백복령 가루를 섞어 만든다. 약초 맛이 감도는가 하면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복령은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게 하는 약초이다. 복령수제비를 계속해서 먹으면 이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조릿대 수제비는, 고혈압과 당뇨를 치료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조릿대 가루와 우리 밀가루를 섞어 만든다. 이 두 음식은 약수제비들이다.

약밥으로는 약된장찌개, 호깨해장국밥, 겨우살이약밥, 함초비빔밥 등 4가지가 선보인다.

약된장찌개는 우리 콩에 표고버섯, 오갈피 등을 넣고 3년 간 묵힌 약된장으로 끓여 낸다.

호깨해장국밥은 “술이 물이 되게 한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숙취 해소에 으뜸인 호깨나뭇 잎을 넣어 만든다.

겨우살이약밥은 노르스름한 빛이 약간 감도는 이색 밥인데, 오래 먹으면 고혈압, 관절염, 중풍 등의 예방과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

함초비빔밥은 염전에 자라는, 짭짤한 맛 나는 함초를 재료로 해 간을 따로 맞추지 않고도 비벼 먹을 수 있다.

약이 되는 죽으로는 호깨죽, 하수오죽, 함초죽, 연자죽 등을 먹을 수 있다. 함초죽은 미용과 다이어트에 으뜸이며, 하수오죽은 머리를 까맣게 하는 작용을 한다.

연자죽은 정력제로 알려진 연꽃 씨를 갈아 넣어 만든다. 익으면 커피 빛깔이 나 매력적이며 맛도 그만이고 먹으면 기운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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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초전병말이. 치자 물을 들여 노랗거나 지치 물을 들여 회색이다.
 

 

술안주로 나오는 함초전병말이는 함초 생잎과 표고, 오이절임 등을 밀전병으로 둘둘 말아 미나리 데친 것으로 묶어 내놓는다.

밀전병은 치자 물을 들여 노랗거나 지치 물을 들여 회색인데, 예술품에 가까워 먹기에 아까울 정도이다. 야생더덕구이와 야생잔대무침은 북한에서 수입한 자연산 더덕, 잔대로 만들어 향기와 맛이 기막히다.

안주뿐 아니라 술도 약초술이다. 왕삼주는 식물도감에도 없는, 300∼500년 묵은 왕삼으로 담근 것인데, 인삼과 비슷한 향기가 진동한다.

약초동동주는 오갈피, 겨우살이, 창출 등을 달인 물로 담근 것이고 흑미동동주는 검정약쌀과 창출 등으로 담근 새로운 술이다.

이밖에 대여섯 종류의 약술이 애주가들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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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향편육, 회향 물에 삶은 쇠고기를 겨자로 물들인 무채 등과 함께 먹는다.



우리의 약선 음식들은 삼계탕처럼 대중화한 몇 종류를 제외하고는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 정 먹어야 할 경우는 시장이나 한약방에서 직접 재료를 사다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것이 약선 요리 집들이 대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 중국의 모습과 다른 점이다. 우리에게도 약선 요리를 소개한 책자들은 있지만, 건강을 염려하는 샐러리맨이나 서민이 시중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현실이어서 안타까움을 낳는 가운데 서울 인사동 거리에 지난 2000년 개업한  ‘디미방’(02-720-2417) 약선 요리 전문점은 건강식을 찾는 이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현대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가운데 하나는 주위에 건강을 위협하는 음식이 넘쳐 난다는 점이다.

무심코 그것을 먹다가 암 등의 질병에 걸려 생을 일찍 마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디미방 같은 음식점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하나의 위안이다. 디미방은 우리나라의 약선 요리 전문점 1호가 아닌가 싶다.

이 같은 약선 요리집들이 곳곳에 더 많이 생겨나 한국인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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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약선 요리를 개발한 토종약초 전문가 최진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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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선 요리 전문점 '디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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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로 만드는 약선 요리는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기능을 한다. 사진은 '디미방'내부


 
 
글/박중곤(소설가, 「전원생활」 편집장) ,권유진 음식칼럼니스트  

 

 

 

출처  야후불로그 (이삭의집)

 

 

마 전, 인사동에는 새로운 음식문화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 보면 '디미방'이란 낯선 간판 하나를 접하게 된다. 바로 이곳이 열두 살 무렵부터 온 세상의 명산과 명의, 약초를 찾아 다녀 이젠 어엿한 향토 명의가 된 최진규씨의 토종약초 음식점이다.

락실과 호프, 단란주점 등 시끄러운 소음과 퇴폐 향락의 공간으로 변질돼 가는 듯해 안타까웠던 인사동에 향기나는 새로운 문화가 둥지를 틀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부랴부랴 기쁜 마음으로 '디미방'을 찾았을 때, 나는 깊은 산 속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키 큰 나무들이 내뿜는 신선한 공기와 산새들의 상쾌한 지저귐, 그리고 이름모를 꽃향이 은은히 날 것만 같은 분위기에 한껏 취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름도 생소한 낯선 약초를 과연 맛있게 먹을 수 있을런지에 대해서는 순수한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었다.

저 죽이 에피타이져로 선보였다. 하수오로 만든 죽과 일반 간장 대신 함초를 갈아만든 양념간장이 식탁에 놓여졌다. 멀건 죽을 입안으로 한 술 떠 담았을 때, 은근하고 담담한 맛이 입안 곳곳을 파고들었다. 거기에 간장 맛을 더하니 담백하면서도 달싸름한 맛이 입안에 빙글빙글 맛의 여운을 남기고 목구멍으로 숨어버린다.


음으로 선을 보인 것은 '디미방'의 야심작 중 하나인 '함초 샐러드'였다. 함초는 산호처럼 생긴 풀로 바닷물과 가까운 개펄, 또는 염전 주변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매우 진귀한 식물이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소금을 흡수하면서

자란 식물로 암, 자궁근종, 축농증, 고혈압, 저혈압, 요통, 당뇨병, 갑상선 기능저하, 피부병, 관절염 등 갖가지 난치병에도 탁월한 치료효과가 있어 산삼, 녹용을 능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진귀한 것을 도심 한가운데에 앉아 먹을 수 있게 되다니....얼른 함초를 집어들어 입 안에 넣는다. 함초를 깨무는 순간, 특이한 향과 함께 짭짜름한 맛이 전해져왔다. 육지에서 자라긴 하지만 바닷물 속에 들어 있는 갖가지 미네랄과 효소 성분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리라.

"어떤 음식도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았어요. 약초를 이용해 음식 간을 맞췄지요. 소금 대신 함초를 갈아 사용했구요. 함초에 들어있는 소금 성분은 바닷물 속에 들어 있는 독소를 걸러 낸 품질 중 가장 우수한 소금이기 때문이예요." 반찬을 상에 올리며 종업원의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다. 음식을 낼 때마다 어떤 토종약초가 어떻게 쓰였는지, 어떤 효능이 있는지 설명을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토종약초음식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하는 것이다. 해설이 있는 음악회에서 문외한이 느끼는 편안함처럼 종업원의 친절한 음식 설명은 먹는 이로 하여금 음식에 대한 기대와 만족감을 더해준다.

리고 정수나 생수대신 '겨우살이 차'가 상위에 올려졌다. 우리 옛 선조들이 초자연적인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온 식물인 '겨우살이'는 귀신을 쫓고, 온갖 병을 고치며, 아이를 낳게 하고, 벼락과 화재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생불사의 능력이 있는 신성한 식물로 여겨져 왔다. 마시는 것만으로도 암이 예방된다는 항암차로 더욱 유명한 겨우살이 차가 물을 대신하다니...그런데 가만히 보니 겨우살이 차는 물의 기능외에 또 다른 기능을 하고 있었다. 목을 축축히 적시는 것 외에 입안을 정리하고 음식 맛을 돋우고 있었던 것이다. 보리차보다도 그 맛이 연하고 담백해 음식을 먹고 난 후 가볍게 입안을 헹구어 냈고, 그로써 새로운 음식을 더 맛있게 음미하도록 돕고 있었던 것이다.

윽고 함초, 복령을 섞어 만든 3종류의 전과 미나리로 장식한 황태찜, 곽향과 회향을 넣어 만든 수육이 잇따라 나왔다. 먼저 젓가락이 간 것은 함초로 만든 전이었다. 함초전은 함초 고유의 짠맛이 절로 배어나와 굳이 양념 간장이 필요치 않을 만큼 적당히 간이 되어 있었다. 그 다음에 입 안을 즐겁게 한 것은 수육이었다. 위를 튼튼히 하고 소화를 돕는 효과가 뛰어나다는 회향은 맛과 향을 좋게 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향신료로도 사용됐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수육에선 고기 냄새 대신 신선한 향과 단 맛이 났다. 그 밖에도 디미방의 음식 맛은 일반 한정식 집에서 맛볼 수 있는 맛과는 달랐다.


"우리밀과 복령으로 만든 수제비예요. 보통 수제비와는 다른 맛이 나지요. 한 번 맛보세요." 여러 해 지난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여 혹처럼 크게 자란 균핵인 복령은 수제비나 국수로 만들어 먹으면 부종, 비만, 위장병 등이 예방 치료되고 항암 작용도 하는 신령스런 약초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복

령 수제비'를 먹어보니 그 특이한 맛에 절로 놀라게 됐다. 담담한 맛과 함께 알 듯 모를 듯이 느껴지는 약초의 쓴 맛이 묘하게 입맛을 땡겼다.


"조릿대물로 지은 밥과 호깨나무와 표고버섯으로 만든 국입니다." 대나무 중에서도 가장 작은 대나무인 조릿대는 새해에 흔히 볼 수 있는 복조리의 재료가 되는 나무이다. 그러나 그 조릿대물로 밥을 지어먹으면 갖가지 암·당뇨병·고혈압· 위궤양에 놀랄 만큼 효과

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조릿대물로 밥을 지으면 약간 파르스름한 빛깔이 나고 향기가 난다. 거기에 밥맛도 연한 단맛이 돌게 된다.

"호깨나무국도 먹었는데, 술 한 잔 마셔봐야 하지 않겠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술은 진짜 술이 아니라고 강조해왔던 그다. 최진규씨는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만든 술이라며 '흑미로 만든 동동주'를 은으로 만든 호리병에 담아 왔다. 찌꺼기가 없는 맑고 진한 노란색 빛이 도는 이 술이 과연 동동주란 말인가? 맛 또한 일반 술들과는 많이 달라서 마치 식사가 끝난 후 마시는 디저트 와인과 같이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났다. 그 단맛도 달짝지근하거나 농도 짙은 단맛이 아니라 입안을 정리하고 마무리해주는 가벼운 단맛이었다.

'디미방'이 핍박한 우리 음식 문화계에 신선한 바람이 되어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디미방'을 선두로 다양하고 새로운 음식문화가 좀 더 자리잡게 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햄버거와 피자로 망가진 우리 몸이 토종약초음식으로 건강을 되찾고, 납덩이 같이 굳어버린 혀를 좀 더 예민하게 해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맘이다.



전화번호 : (02) 720-2417 

출처 : 산야초를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풀꽃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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